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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파월…금리인하 임박 신호 없었다[월스트리트in] 2024-02-01 [07:53] · 238

"3월 가능성 낮아"…조기금리인하 기대감에 찬물
"인플레 2% 목표치 향해가는 확실한 증거 필요"
AI 실적 향상 아직 부족…MS·알파벳 주가↓
휘발유 재고 증가에 국제유가 급락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3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입은 무거웠다.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고 했던 시장의 기대와 달리 파월은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했다. 금리인하 선택지는 열어두면서도 최근 3월 금리인하에 나설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금리인하를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향하고 있다는 확실한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플레이션 진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자칫 ‘피벗(긴축정책서 전환)’에 빨리 나설 경우 물가가 2%를 웃도는 상황에서 고착화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시장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파월 “3월 금리 인하 가능성 낮아”…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낙폭을 더욱 키웠다.

이날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2% 하락한 3만8150.30을 기록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1.61% 하락한 4845.65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2.23% 하락한 1만5164.01에 거래를 마쳤다.

파월 연준 의장은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어느 시점에 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지만, 팬데믹 이후 경제는 여로모로 놀라게 했고, 2%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향한 지속적인 진전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준이 3월 금리인하를 준비 중이라는 예상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파월은 “오늘 회의를 토대로 말씀드리면 3월 회의 때까지 위원회가 금리인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준에 도달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지켜 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장중 주가는 최저치를 찍었고, 국채금리도 치솟았다.

그러면서 그는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다시 깜짝 상승하면 우리는 대응해야 할 것이고, 현시점에서는 매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옵션을 열어두고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2.9%로 내려왔고, 6개월 근원 PCE물가지수 상승률은 1.9%로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상황은 마련됐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3.3%로 시장 예상치(2.0%)를 크게 웃돈 상황에서 물가가 2% 이상에서 고착화할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경제 활동과 노동 시장이 양호하고 인플레이션이 2%로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빠르게 움직이거나 빠르게 인하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수차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2% 목표치를 향해 둔화하고 있다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연준은 올해 세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편안하게 금리인하를 시작할 지점에 도달하려면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2%로 지속가능하게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인플레이션 둔화는 대부분 상품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서비스 부문에서 더 많은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TD 증권의 오스카 무노즈는 “시장에서 3월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면,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한 문을 닫은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모건 스탠리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은 “연준이 매파적 표현을 일부 완화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며 “최근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좀 더 견고했고, 노동시장은 대부분 계속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실적 향상 부족…MS·알파벳 주가↓

개별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은 전날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실적 향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못미치면서 각각 2.69%, 7.5% 급락했다. 그간 랠리를 펼치면서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에 차익실현도 나타났다. 알파벳은 광고수익 감소 영향이 더 크게 미쳤다.

테슬라 주가도 2.24% 떨어졌다. 2018년 승인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보상 패키지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머스크 리스크가 다시 부각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의 지역 은행인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의 주가가 이날 37% 이상 폭락했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적자전환됐고 자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배당금을 크게 축소했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지역 은행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KBW 지역 은행 지수는 이날 6% 하락했다.

다만 국채금리는 큰폭으로 하락했다. 재무부가 향후 몇개 분기 동안 국채 입찰 규모를 더 늘어나지 않을 것으리고 밝히는 등 국채발행 ‘속도조절’에 나서기로 한 게 영향을 미쳤다. 파월이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 이후 낙폭을 줄이긴 했지만,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금리가 다시 하락하는 등 ‘시소게임’을 벌였다. 3월 금리인하는 물건너갔지만, 상반기에는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베팅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이날 오후 5시기준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3.9bp(1bp=0.01%포인트) 내린 3.918%를 기록 중이다. 30년물 국채금리도 10.5bp 하락한 4.173%를 나타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15p나 하락한 4.209%에서 거래되고 있다.

휘발유 재고 증가에 국제유가 급락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97달러(2.53%) 하락한 배럴당 75.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원유 재고와 휘발유 재고가 증가했다는 소식이 유가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6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23만4000배럴 늘어난 4억2191만2000배럴로 집계됐다. 월가 예상치 80만배럴를 웃돈 수치다.

달러가치는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11% 오른 103.51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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