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1330원대로 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로 추가 상승이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조기 금리인하 기대를 다시 한번 차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달러 강세와 함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며 달러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36.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45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31.8원) 대비 6.65원 상승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6일(현지시간) 연설에서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이어갔으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하며 조기 인하론자들을 실망시켰다.
월러 이사는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해야 할 시점은 맞지만, 그것은 질서정연하고 신중하게 단행돼야 한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연준은 금리를 빠르고 큰 폭으로 내리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급하게 내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가라앉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5%를 기록했다. 전날 70%대에서 하락한 것이다.
월러 발언에 미 국채금리는 치솟았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1.4bp(1bp=0.01%포인트 ) 오른 4.064%, 30년물 국채금리는 10.2bp 상승한 4.3%를 나타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해 움직이는 2년물 국채금리도 9bp 오른 4.228%로 집계됐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재조정되면서 달러화는 급격히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인덱스는 16일(현지시간) 오후 6시 21분 기준 103.33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102 후반대에서 103으로 상승한 것이다. 달러 강세에 아시아 통화는 일제히 약세다. 달러·위안 환율은 7.21위안, 달러·엔 환율은 147엔대로 모두 전날보다 큰 폭 올랐다.
위험회피 심리에 이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이날 장중 중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등 실물 지표들이 발표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연간 5.2%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중국 정부는 지난해 성장률 목표치를 5%로 설정한 바 있다. 다만 10~11월 폐렴 확산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을 고려하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 지표 발표 전후로 위안화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예의주시 해야 한다.
한편 이날 저녁 미국 12월 소매판매 지표가 나온다.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4% 증가하며 이전치 0.3% 수준을 소폭 상회할 전망이다. 미국 소비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온다면 소비자물가에 더해져 3월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