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옅어지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자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에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겠으나 1320원대에서는 네고(달러 매도)가 출회되며 상단이 지지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18.2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55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20.2원) 대비 0.55원 상승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일본 국채 2년물 금리는 장중 마이너스(-) 0.0056%의 저점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일본은행은 금리인상을 하지 않고, 현재의 통화 완화적인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커졌다. 이에 달러·엔 환율은 145엔 후반대까지 오르며 엔화 약세를 이어갔다.
반면 달러화는 엔화 약세에 힘입어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인덱스는 15일(현지시간) 오후 6시 19분 기준 102.60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은 7.18위안대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다소 잠잠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73.3%를 기록했다. 전날에 이어 70%대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간밤 뉴욕증시는 15일(현지시간) ‘마틴 루터 킹의 날’을 맞아 휴장한 가운데 유럽증시는 대체로 하락했다. 이는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 당국자의 경고로 유로존의 국채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날 ECB 이사회의 요아힘 나겔 독일연방은행 총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심각해 금리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주춤한 것은 국내 증시와 위험통화인 원화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이에 역외 달러 매수세가 환율 상승 압력을 확대하며 1320원 초반대까지 고점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1320원대로 환율이 높아진 만큼 수출업체 이월 네고 등이 출회되며 환율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시간으로 17일 새벽 1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강성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꼽혀오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앞서 월러 이사는 지난해 11월 28일 “현재 통화정책이 경제 과열을 식히고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에 적절하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해 연준의 금리인상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시장 기대를 키웠다. 이번에도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발언을 이어갈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