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14일 국내 증시는 미·중 관세전쟁이 불확실성의 정점을 통과했다는 판단 속에 투자심리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협상 결과가 90일 한시 휴전으로서 변수를 남긴 만큼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여전해 단기간 내 박스권 돌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국내 증시는 미·중 관세 휴전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신중한 장세 속 코스피가 0.04% 오르는 데 그친 결과 2,600선(2,608.42)을 간신히 방어했다. 코스닥 지수는 0.89% 올라 730대(731.88)로 상승했다.
국내 증시는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2~4%대 급등했음에도 미·중 협상 성과를 발표 전에 선반영한 탓에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관세 휴전 기간인 90일간 협상 과정에 따른 등락이 예상된다는 점, 중국에 대한 실효 관세율이 여전히 10%가 넘는 등 관세 변수 자체는 여전하다는 점 등도 증시 반등을 제한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완화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도 부담이 됐다.
전날 5% 넘게 오른 삼성전자는 차익 실현 흐름 속에 1.2% 하락했으나, SK하이닉스는 1.79% 올랐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값 인하 행정명령이 유통과 보험업에 더 큰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해석 속에 바이오주가 반등했다.
간밤 뉴욕 증시는 미·중 무역 협상 결과에 따른 낙관론에 투자심리가 양호했으나 3대 지수는 혼조세를 보였다.
미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2% 상승하는 등 시장 예상보다 둔화세를 보이며 인플레이션 우려도 한풀 꺾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시작과 함께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인공지능(AI)칩 '블랙웰'을 1만8천개 납품한다는 소식에 5.78% 급등하며 기술주 상승을 견인했다. 테슬라가 4.59%, 메타가 2.92%, 아마존이 1.37% 오르는 등 기술주 강세가 전날에 이어 연장됐다.
반면 미 최대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가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올해 실적 전망치를 철회하면서 18% 급락한 결과 의약·보험주 투심이 얼어붙었다.
이에 따라 우량주 위주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64% 하락했으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72%, 나스닥지수는 1.61% 상승했다.
이날 국내 증시도 관세 리스크의 완화 국면 속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추가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물가 둔화세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로부터 6천억달러 규모 투자유치 약속을 받았다고 한 발언 등이 미 기술주 강세로 이어지며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늘 증시는 사우디에 대한 엔비디아 블랙웰 공급 등 미국발 AI 호재에 힘입어 고대역폭 메모리(HBM), 전력기기 등 관련주를 중심으로 상승 출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세 협상 과정의 경계심이 잔존하고 있고 그동안 관세 수혜주로 꼽힌 업종에서 수급이 이탈할 수 있어 업종 간 순환매 및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중 합의를 과도한 낙관으로 받아들여선 안 되고 조건부 완화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 관세 피해가 집중됐던 반도체와 조선, 방산, 기계 등 업종에서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