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17일 국내 증시는 미중 무역 갈등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관세 관련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경계심을 키우면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코스피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엔비디아에 대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소식에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21% 내린 2,447.43에 장을 마쳤는데, 삼성전자(-3.36%), SK하이닉스(-3.65%) 등 반도체주의 낙폭이 컸다.
간밤 뉴욕증시는 직전 거래일 장 마감 후 전해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한발 늦게 반영하며 급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각각 1.73%, 2.24% 내렸으며 나스닥지수는 3.07% 떨어졌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의 1분기 수주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소식까지 맞물리면서 엔비디아(-6.9%) 등 기술주가 급락했으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1% 내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관세 부과 파급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시장 개입 의사가 없음을 시사하며 '연준 풋'(Fed put·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금리 인상을 연기해 시장을 떠받치는 것)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꺾은 점도 하방 압력을 키웠다.
파월 의장은 이날 공개 발언에서 "지금까지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시가 급락하면 연준이 시장에 개입하는 '연준 풋'을 기대해도 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시장은 원래 취지대로 작동하고 있고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트럼프 관세로 인한 경기 악화 우려 속 연준의 개입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기대를 꺾었다.
한편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3월 소매판매는 7천349억달러로 전월 대비 1.4% 늘어 시장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을 피해 사전에 최대한 물품 구매를 해 두려는 소비자들의 사재기 영향으로 풀이됐다.
이날 국내 증시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불안심리가 지속되며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연설이 시장 친화적이지는 않았다"며 "'연준 풋이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아뇨'라고 답한 게 미국 증시 낙폭을 키우는 기폭제였다. 오늘 국내 증시 역시 녹록지 않은 하루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엔비디아 수출 규제와 ASML 실적 부진 악재는 전날 국내 증시에 선반영돼 뉴욕증시 대비 낙폭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장중 공개되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실적을 주시해야 한다. 전날 장중 ASML 실적 부진이 전해지면서 국내 반도체주가 낙폭을 키운 바 있어, 이날도 장중 반도체주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결정돼 주목해야 한다. 시장은 금통위가 환율 불안 등을 반영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75%에서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미중 관세 전쟁 우려가 산재한 상황에서 향후 경제 전망 및 금리 경로와 관련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