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국내 증시는 10일 미국 경기침체를 감수하고서도 고율의 관세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에 급락한 뉴욕 증시의 영향으로 하방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4.0% 급락해 2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각각 2.08%, 2.7%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고, 이에 지금까지 펼쳐 온 강경한 관세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급랭시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공개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과도기가 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부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고, 이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밝혔다.
미국의 2월 비농업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의 경기가 여전히 강하다고 밝히는 등 아직 미국 경기지표에는 침체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은 트럼프발 경기 침체 우려에 한층 무게를 두고 민감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 발효될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치, 같은 날 발표될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시장 경계감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91포인트(0.27%) 오른 2,570.39를 기록했다. 지난주 미국발 관세 우려에 등락을 거듭했던 코스피가 전날은 새로운 반등 동력을 모색하며 방향성을 잡아가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간밤 급락한 뉴욕 증시의 영향으로 이날 코스피는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엔비디아(-5.07%), 테슬라(-15.43%) 등 미국 주요 기술주의 급락으로 코스피 대장주인 반도체주와 이차전지주의 불안한 장세가 전망된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되며 원화가 추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증시에 부담이다.
다만 올해 들어 미국 증시 조정에도 코스피는 강한 맷집을 보이며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수 하단이 어느 선에서 구축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경기) 침체 관련 발언은 전날 국내 증시에 일정 부분 선반영된 것도 있다"며 "간밤 미 증시 폭락은 투매에 가까운 성격이 짙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기술주 급락에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가 추가 약화하며 하락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조선, 방산, 소비재 등 가치주 우위 환경에서 순환매가 지속되며 조정 폭은 1%대 내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