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국내 증시는 5일에도 비상계엄 후폭풍을 주시하며 경계 태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 정국으로 들어서며 불확실성에 노출된 상황으로 신용등급 및 환율 변화, 그에 따른 외국인 수급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일 코스피지수는 계엄령 후폭풍 속에 전 거래일보다 36.10포인트(1.44%) 내린 2,464.00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개장 여부 자체를 고민할 정도로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됐으나, 밤 사이 사태가 조기 종료됐고 금융당국도 시장 안정화 조치에 적극 나서면서 지난 3일의 상승분을 반납하는 선에서 충격이 완화됐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탄핵 정국에서 탄핵소추안 발의 이후 시장 변동성이 다소 진정됐는데, 야6당이 신속하게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한 점도 시장 막판 외국인 수급의 일부 되돌림과 낙폭 회복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69%), S&P500지수(0.61%), 나스닥지수(1.30%) 등 3대 주요지수가 모두 신고가를 기록하며 강세 마감했다. 종가 기준 다우지수가 45,000선 위에서 마감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가 인공지능(AI) 강화로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돈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10.99% 급등했다.
AI에 다시 투자자의 관심이 모이며 엔비디아(3.48%), 마이크로소프트(1.44%)를 비롯해 아마존(2.21%), 알파벳(1.77%), 테슬라(1.85%) 등 '매그니피센트7'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올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뉴욕타임스 주최 행사에서 "미국 경제가 놀랍도록 좋다"며 "통화 정책의 현 위치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됐다.
연준이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도 지난달 미국의 경제 활동이 소폭 증가했고 기업들이 수요 전망에 관해 낙관론을 키웠다는 진단이 담겼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여파에 대해 "비상계엄이 몇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무디스는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신용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신용평가사의 한국 전망이 달라질 개연성이 높아졌다"며 "등급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 주식을 보는 해외 투자자 시각도 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14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 중이며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19조원가량이다.
여기에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이날도 국내 증시는 하방 지지선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당국의 의지 등을 고려 시, 탄핵 정국 불확실성이 신용등급 하락 등 소버린 리스크로 전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중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기업 실적이 현재 이익 다운사이클에 들어갔다는 점이 증시 반등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 증시가 역사적 수준으로 저평가돼있는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역사적 저점 수준의 밸류에이션과 시장안정 조치 등에 현 지수 부근에서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지영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레벨은 이익 부진, 트럼프 리스크, 매크로 불안 등 예상할 수 있는 악재들을 상당 부분 반영해 놓은 상태로 탄핵 정국 불확실성이 유발하는 변동성 출현 시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