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3일 국내 증시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이슈를 소화하면서 다시 한번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1.43포인트(0.06%) 내린 2,454.48로 마쳤다. 11월 수출 증가 폭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데다 대장주인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다시 1,400원 선을 웃돈 것도 하방 압력을 높였다.
간밤 뉴욕증시는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올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0.24%, 나스닥지수가 0.97% 올라 종가 기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9% 내려 약보합 마감했다.
미국 기술주 상승에도 한국은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날 기술주 상승은 미국 정부의 대중국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규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는데, 국내 반도체 기업은 규제 대상에 포함돼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HBM을 추가했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이 적용됐는데 이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이번 수출통제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보다는 일부 물량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통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에서 네덜란드와 일본을 면제함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쟁 구도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이날 국내 증시에 반등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미국 대선 종료 이후 국내 수출주의 이익 전망에 영향을 주는 ISM 제조업 신규 주문이 시장 예상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이러한 재료를 소화하며 바닥을 다지며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급이 극도로 얇아져 있다는 점이 반등 강도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급이 얇아질 대로 얇아져서 업종 간 순환매가 일어날 때도 기존 수급의 이탈이 발생한 업종들의 주가 하락 폭을 키우는 등 부정적인 루프가 생성되고 있다"며 "모든 게 도전 과제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가 2.6% 상승하고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이 나오면서 수출주를 중심으로 반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의 10년물 금리가 하락하는 등 금리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성장주 전반에 걸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환율, 반도체 규제 등에 국내 증시는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다만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