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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감산에 동조한 OPEC+…미국은 비웃었다 [뉴욕마감] 2023-04-04 [00:02] · 293

산유국 모임 오펙 플러스(OPEC+)의 추가 감산계획이 발표돼 경기침체 우려가 짙어졌지만 증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랠리를 이어갔다. 전세계 원유비축 규모가 크고 이번 감산량이 많지 않아 예견된 문제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오히려 미국 에너지 섹터가 급등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DJIA)는 전일보다 327포인트(0.98%) 오른 33,601.15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0.37%(15.2포인트) 상승한 4124.51로 마무리됐다. 반면 나스닥 지수는 0.27%(32.45포인트) 내린 12,189.45에 마쳤다.

이날 이슈는 산유국 연합인 오펙 플러스의 감산이 주도했다. 이들이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 배럴 감산에 이어 다음 달부터 다시 116만 배럴을 추가로 줄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오펙 플러스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 원유시장의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경기침체를 가중시킬 수 있는 집단행동이라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이미 전쟁 중인 러시아가 2월 초부터 하루 50만 배럴을 감산하고 있는데 더해 수급을 더 꼬이게 만들 조치로 읽혔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3일 오전부터 7% 이상 급등했고 원유가격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를 더 가속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초 사우디를 방문해 증산을 요구했지만 이를 중동국가들이 정면으로 배반한 셈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다우 지수는 전 거래일에 이어 랠리를 지속하면서 미국이 은행위기에서 빠져나와 경제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자신감을 방증했다. 모닝스타의 에너지 전략가 스테판 엘리스는 "실제 삭감 자체는 글로벌 재고의 큰 증가와 경기 침체 우려를 감안할 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다만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완만하게 부추겨 경제에 좀 더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섹터 급등…유가전망 100불로 상향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열린 화재 예방 및 통제 관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결정에 대해 "불만스럽고 문제가 있다"라며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2.10.12.
골드만삭스 원자재 글로벌 책임자인 제프리 큐리는 "오펙의 가격 결정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2024년 12월 전망치를 배럴당 97달러에서 배럴당 100달러로 높인다"고 밝혔다.

유가가 올라갈 기미를 보이자 이날 S&P 500 에너지 섹터를 추적하는 에너지 셀렉트 섹터(Energy Select Sector) SPDR 펀드(XLE)는 4.53% 올랐다. 개별주 가운데 마라톤 오일과 할리버튼은 각각 9.89%와 7.77% 급등했다.

스테판 엘리스는 "오펙이 사실상 긴축 기조로 전환할 것으로 이미 예상했다"며 "러시아가 이미 하루 5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발표했고, 오펙은 이미 목표치보다 하루 약 200만 배럴을 더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감산 규모는 헤드라인 수치보다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도 워렌버핏 승

 


브렌트유 가격추이 /사진= CNBC 차트
CNBC는 오펙의 감산으로 말미암아 최근 에너지주에 크게 투자한 워렌 버핏의 예지력과 투자감각이 또다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은 지난해부터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왔는데 은행주 주가가 지방은행 파산위기로 흔들린 지난달에도 주식을 더 매입해 회사 전체주식의 23.5%를 보유하게 됐다.

이날 옥시덴탈 주가는 4.4% 올랐는데 종가는 65.18달러로 지난달 15일 56.8달러 대비 14.7% 상승한 수치다. 버핏은 옥시덴탈 이외에도 최근 오일 메이저인 쉐브론 지분 2.5%를 지난해 말까지 약 41억 달러(5조원)에 사들였는데 현재 1조원 이상의 차익을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랠리 더 간다 vs 못 간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단기 랠리를 보이면서 강세론자와 약세론자의 입심대결도 심화되고 있다. 오안다의 선임 분석가인 애드 모야는 "현재 거시적 배경은 주식시장 랠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소비가 분명히 약해지고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며 에너지 비용 불확실성이 한동안 높아질 것이라 통화정책이 결국 경제의 일부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비관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도 "기술주를 지금 사는 것이 방어적인 플레이는 아니다"며 "기술주는 올해만 20%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S&P500 상승률 7%를 크게 앞지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방어적 관점에서 기술주는 약세장이 찾아오면 더 심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기술주를 추가로 매입하는 것보다는 광범위한 시장으로 시각을 돌리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에서 테슬라는 1분기 예상보다 부진한 매출 결과가 발표되면서 주가는 7% 급락했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에 42만2875대 차량을 고객들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예상치인 43만2000대 보다 낮은 것이었다.

하지만 로드MKM의 수석 분석가인 JC오하라는 "3월 말의 강세는 벤치마크 지수가 거래 범위를 (우상향으로) 벗어날 것을 나타낼 수 있다"며 "나스닥 100이 3월에 2월 최고치를 넘어 2020년 이후 최고의 분기를 기록한 것처럼 S&P 500도 2월 최고치인 4200을 조만간 넘어설 수 있다"고 낙관했다.

이날 3월 ISM제조업 지수는 46.3으로 3년래 최저 수준이면서 추정치를 밑돌았다. 적어도 생산분야에서 경기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3월 결과는 2월의 47.7에서 1.4포인트 하락한 것이며 다우존스 추정치인 47.3보다 1포인트 낮았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우선시 하는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아직까지 4%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ISM 지수가 기준금리 결정에 큰 변수가 아니지만 실물 경제에서 기업들이 경기침체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단기 랠리를 보이는 증시는 어쩌면 외줄을 타고 있는 형국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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