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23일 국내 증시는 미국에서의 반도체 종목 반등에 힘입어 방향 전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코스피는 미국 정치 불확실성 확대를 반영하면서 31.95포인트(1.14%) 하락한 2,763.51로 장을 마쳤다.
최근 7거래일 중 5거래일에 걸쳐 약세를 기록하며 지난 6월 18일(2,763.92)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간밤 뉴욕증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정폭이 컸던 데 따른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32%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8%, 나스닥지수는 1.58%로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가파른 조정을 받았던 엔비디아(4.76%), 테슬라(5.15%), ASML홀딩(5.13%), 퀄컴(4.70%) 등 기술주가 반등을 이끌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중국 시장용 플래그십 인공지능(AI) 칩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근 반도체주 하락이 미국의 중국향 반도체 수출에 대한 제재 강화 움직임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00% 상승하며 지난주의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내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 생산해 회사 내부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급등의 재료가 됐다.
바이든의 후보 사퇴 이후 민주당의 새 후보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유력해지는 분위기다.
바이든의 사퇴가 어느 정도는 예견돼있던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민주당 세력 결집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 대선캠프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24시간 동안 8천100만달러(약 1천124억원)를 모금했다.
국내 증시도 이날 반등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균형의 추를 맞춰가는 미국 정치권과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 중심의 안도 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추세적인 반등이라기보다는 기술적 반등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바이든 사퇴 이후 민주당의 전열 재정비 등을 통한 트럼프 트레이드 후퇴 가능성, 그에 따른 엔비디아 등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급등 효과 등에 힘입어 국내 증시도 반도체, 자동차 등 낙폭 과대 대형주 중심으로 반등에 나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주 후반부터 국내외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있고 다음 주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벤트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색깔이 매크로와 실적에 민감도를 높이는 국면으로 바뀔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