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 더 못할 가능성 커
英 연기금 포트폴리오 자체 조정해야
달러 강세에 따라 미 증시 혼조 마감(출처: 업스플래쉬)
지난 11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지난밤 미국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긴축 강화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과 영국이 계획대로 오는 14일 채권시장 개입 중단한다는 소식이 이어진 여파가 컸다. 이 같은 여파에 따라 우리나라 증시도 전날 급락에 따른 반발 반등보다 하락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0.12%), S&P500(-0.65%), 나스닥(-10%) 등 대표 지수들은 각자 방향성을 달리한 채 장을 마쳤다.
이날 뉴욕 연은이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을 지난달 발표된 5.7%에서 5.4%로 하향 조정하며 지난해 9월 이후 1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특히 가계 지출 기대치가 7.8%에서 6.0%로 줄어들면서 하락 폭이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를 잡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더 높은 수준의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낮출 것으로 분석되며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다만 앤드루 베일리 영국 영란은행(BOE) 총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멤버십 연례 총회에서 최근 두 차례의 대규모 채권시장 개입을 두고 "계획대로 이번 주 말(오는 14일) 시장 개입을 중단할 것"이라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당국의) 개입의 본질은 일시적이라는데 있다"고 말하면서 달러화는 강세로 전환했다. 영란은행은 연기금이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긴급 채권 매입 확대에 나섰으나 이는 일시적인 정책이고, 연기금이 자체적으로 레버리지를 축소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라는 뜻이다.
여기에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Fed가 긴축을 너무 많이 할 위험보다 너무 적게 할 위험이 더 크다고 자극했다. 그는 뉴욕 이코노믹 클럽이 주최한 행사에서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미국 경제가 직면한 주요 위험"이라며 "수요가 일부 완화되고 공급자 측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에도 그동안 인플레이션에 진전이 없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영향에 따라 달러 인덱스는 113.320으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0.16% 올라간 수준이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4.92bp 올라간 3.931을 기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경기 침체와 관련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며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영국발 시장 변동성 확대는 전반적인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날 코스피가 0.3% 내외의 하락 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내내 시장이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변동성 장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이라며 "현재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영국 국채금리 등을 포함한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파고가 우려된다. 미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인 KLA가 오는 12일(현지시간)부터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중국에 기반을 둔 고객사에 납품을 중단한다는 소식에 따른 영향이 예상된다.
이날 미 증시에서는 경기침체 우려 부각된 영향으로 경기 방어 업종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전일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영향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전날 대비 2.50%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