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가의 관심은 9월 미국 소매판매 지표로 쏠리고 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각종 통계 발표가 줄줄이 지연된 가운데,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소비의 바로미터인 소매판매 지표를 통해 경기 상황을 부분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 지표는 미국 최대 명절 겸 소비 대목인 추수감사절·블랙프라이데이(각각 27, 28일)를 앞둔 오는 25일 발표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전월 대비 0.4% 증가로, 8월(0.6%)보다 완만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고물가·고금리 환경과 노동시장 둔화 우려 속에서 소비 회복세가 점차 속도를 잃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소비는 여름철(6~8월) 동안 월간 0.6~1%의 증가세를 기록하며 3분기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런 여름철의 강한 소비 흐름에도 불구하고 관세 부담 확대, 고용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신중해지자 향후 소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물가 압력은 저소득층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상황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로, 미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2%)를 여전히 크게 웃돌았다. 주가 상승의 수혜를 받는 고소득층의 소비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는 반면,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저소득층의 구매력은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커피·코코아·바나나·소고기 등 일부 품목의 고율 관세를 면제하는 조치를 발표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여기에 소비자심리까지 냉각되며 소비 둔화에 대한 경계심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51로 지난 2022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상황 지수는 51.1로 사상 최저치였으며, 개인 재정 전망 지수는 66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관세발 경기 불확실성과 셧다운 사태가 겹치며 소비자들의 경제 전망이 더욱 비관적으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월가는 소매판매 외에도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25일), 9월 내구재 주문(26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26일) 등 주요 지표들을 토대로 경기 흐름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오는 26일 공개되는 Fed의 베이지북 역시 지역별 경기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최근 경제 활동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는지 가늠할 참고 자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셧다운으로 경제 지표 발표가 연쇄적으로 지연되면서 다음 달 10일 금리 결정을 앞둔 Fed는 불완전한 통계에 기반해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10월 CPI 발표는 취소됐고, 11월 CPI와 10~11월 고용 보고서는 모두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에 공개된다. 9월 비농업 신규 고용(11만9000건)의 경우 예상치(5만건)를 상회해 노동시장 둔화 우려를 일부 완화했지만 두 달 전 상황을 반영한 과거 지표란 점에서 한계가 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은 여름에 바닥을 찍은 후 점진적으로 개선됐지만 정부 셧다운 이후 소비·고용에서 다시 약화 조짐이 나타났다"며 "여름 이후 시작된 취약한 회복세를 유지하려면 Fed는 12월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