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최근 급등락하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주에는 미국의 경기 둔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소매판매 발표와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장치) 개발자 회의(GTC) 등 굵직한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다.
지난주 초 미국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이고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패닉(공황)에 가까운 급락세를 보이다 금요일(14일)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지난해 11월5일 대선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어 오르며 급반등했다.
이날 발표된 3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 예비치는 57.9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63.1을 밑돌며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최근의 증시 급락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이 돋보이며 저가 매수가 유입된 덕분이다.
하지만 지난주 전체적으로 다우존스지수는 3.1% 하락하며 2023년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고 S&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2.3%와 2.4% 떨어지며 4주째 약세를 이어갔다.
경기 침체 경고음 커지나
미국 증시 주간 일정_0314/그래픽=김현정이번주 가장 주목되는 경제지표는 지난 2월 소매판매다. 소매판매는 미국 경제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소비 지출 현황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2월 소매판매는 전월비 0.6%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에 전월비 0.9% 감소한데 따른 기저효과로 보인다.
최근 아메리칸 항공, 델타 항공,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 항공사들과 콜스, 딕스 스포팅 굿즈 등 소매업체들은 소비 심리가 흔들리고 있어 올 한 해가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잇달아 경고했다.
모간스탠리 투자관리의 채권팀장인 비샬 칸두자는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지표 일부에서 약세가 나타났으나 실물 경제를 측정한 하드(hard) 데이터, 즉 펀더멘털 데이터에서 (경제 상황에 대해) 좀더 확신을 얻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6~8주 동안 나오는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며 미국 경제가 침체는 피할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 투심 되살릴까
오는 18~19일에는 올들어 2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번 FOMC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 확실시된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이번 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은 98%로 높게 반영돼 있다.
이번 FOMC 후에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실업률 전망이 담긴 경제전망요약(SEP)도 함께 발표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동결 가능성이 높은 금리 결정보다 SEP 중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에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점도표에서는 연준 위원들이 올해 0.25%포인트씩 2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점도표를 포함한 SEP는 분기에 한 번씩 나온다.
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한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가 견조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완강하게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금리가 1~2번 인하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소비 심리 약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현재는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높아져 연내 금리가 2~3번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지난주 발표된 지난 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생산자 물가지수(PPI)는 예상치를 밑돌며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연준의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인플레이션 우려도 다소 완화됐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훌쩍 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자극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워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19일 FOMC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파월 의장은 그간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스탠스를 거듭 밝혀왔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과 경기 둔화 조짐, 2월 인플레이션 완화 등으로 생각이 바뀌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엔비디아 GTC, 주가 촉매 될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을 탑재한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 카드를 공개하고 있다. 2025.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이번주에는 엔비디아가 17일부터 21일까지 연례 개발자 회의인 GTC를 개최한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은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다.
GTC는 발표 내용에 따라 엔비디아는 물론 언급되는 다른 기술기업들까지 주가를 크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이 기간 동안 AI(인공지능) 수혜주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GTC에서 최신 반도체 아키텍처인 블랙웰 기반의 블랙웰 울트라 GB300을 공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이치뱅크는 GB300이 기존에 선보였던 GB200보다 50% 더 많은 메모리 용량과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가 블랙웰 칩 생산을 최대 수준으로 완전히 끌어올리는데 다소간의 지연을 겪고 있는 만큼 GB300의 출시 시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이번 GTC에서 블랙웰의 뒤를 이어 내년에 선보일 차세대 반도체 아키텍처인 루빈 GPU와 차세대 CPU(중앙처리장치)인 베라, 루빈과 베라를 결합한 슈퍼 칩 베라 루빈 등에 대해 어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도 관심을 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들어 9.4% 하락했다. ICE 반도체지수를 따르는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의 올들어 하락률 6.7%보다 더 큰 낙폭이다.
하지만 웰스 파고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5년간 GTC 주간에 SOXX보다 6.5%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올려 GTC가 이번에도 엔비디아 주가에 상승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