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로 하락이 예상된다. 당초 시장의 우려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공격적인 관세 부과 가능성이 약해지면서 따라 달러화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율도 하락 압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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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 |
2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436.1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1.75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51.7원, 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13.85원 하락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는 1440.0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1451.7원)보다는 11.7원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곧바로 추가 과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보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전해지자 야간 장에서 한때 환율은 1439.0원까지 밀렸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미국의 무역적자 및 교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내용의 메모에 서명할 예정이다. 해당 메모는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중점 검토 대상으로 지정하겠지만, 신규 관세 부과 자체는 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나는 즉각 미국 근로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무역 시스템 점검을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 시민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는 인플레이션 압력 억제를 위해 행정부 관리에게 강력한 조치를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에너지 비상사태도 선포했다. 전략비축유를 재충전하고 미국 내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 확대가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공언했던 것과 달리 취임 첫날 추가 관세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달러화는 급격히 약세다. 달러인덱스는 20일(현지시간) 오후 6시 27분 기준 108.05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장 마감 기준 109 초반대에서 크게 하락한 것이다. WSJ의 보도가 전해진 뒤 달러인덱스는 한때 107.9 부근까지 급락했다.
달러 약세에 아시아 통화는 강세다. 달러·엔 환율은 155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26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트럼프의 추가 관세 보류에 크게 안도하며 전날 7.33위안에서 크게 하락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현지시간 20일은 공휴일인 ‘마틴 루터킹 데이’여서 뉴욕 주식시장과 채권시장과 열리지 않았다.
이날 글로벌 달러 약세를 비롯해 미국 물가 상승 우려가 완화됨에 따라 전 세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위험 통화인 원화도 모처럼 만에 레벨을 크게 낮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설날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물량까지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환율 하락 속도는 가팔라질 수 있다.
하지만 레벨이 낮아진 만큼 저가매수가 유입되면서 환율 하단을 단단하게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