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50원선에서 등락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끈적하고 고용시장은 여전히 냉기가 감돌면서 글로벌 달러화 강세는 지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환율은 상승 압력을 이어가겠으나, 아시아 통화 약세가 진정되면서 상승 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48.4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40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50.15원, 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0.6원 상승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는 1355.2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1350.15원)보다는 5.05원 올랐다.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소폭 웃돌며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미국 노동부는 9월 소비자물가가 전월보다 0.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0.1% 상승보다 높은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4% 올라 마찬가지로 시장 예상치 2.3%를 상회했다. 9월 근원 소비자물가도 전년 동기 대비 3.3% 오르며 시장 예상치 3.2%를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도 0.3% 올라 예상치 0.2%를 상회했다.
또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수가 1년 2개월래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고용 둔화 우려가 커졌다. 지난 5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 2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주보다 3만3000명 늘어난 수치이자 시장 예상치 23만1000명을 웃도는 수치다. 또한 작년 8월 첫째 주의 25만8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기도 했다.
실업보험이 늘어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릴 여력이 더 생긴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금리인하 기조를 주가에 반영하고 있어 예상치보다 많은 실업보험 청구건수는 고용 불안을 자극하는 재료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11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연준 인사의 발언도 나왔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소비자물가 발표 후에 “(인플레이션의) 이런 변동성은 11월에 (금리 인하를) 잠시 멈춰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부합한다”며 11월 금리동결 가능성은 “분명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공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겹치며 연준의 금리인하 경로가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물가와 고용 우려에 연준 인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까지 겹치며 달러화 강세는 더욱 지지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10일(현지시간) 오후 7시 23분 기준 102.88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이후 최고 수준이자, 전일대비 보합이다.
아시아 통화는 약세가 다소 진정된 모습이다. 달러·엔 환율은 148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08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번주 토요일에 개최될 중국의 재정정책 브리핑에 대한 기대감이 위안화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엔화 역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약화되면서 약세가 진정됐다.
달러화 강세를 쫓아 환율은 상승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간밤 뉴욕 증시가 하락 마감한 만큼,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시아 통화 강세에 환율 상단은 지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장중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25bp(1bp=0.01%포인트)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예상대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한미 금리 차 확대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환율은 튀어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