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은 1330원 초중반대로 하락이 예상된다. 미국 고용 지표가 실망스럽게 나오면서 경기침체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 컷’(50bp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자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서며 환율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33.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50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42.2원, 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6.7원 하락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는 1336.0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1342.2원)보다는 6.2원 내렸다. 미국의 고용 시장이 냉각했다는 소식에 달러화 약세를 촉발하며 환율을 끌어내렸다.
전날 미국의 제조업 지표가 실망감을 안긴 데 이어, 고용시장에서도 부진한 양상이 나타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7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계절조정 기준 구인 건수는 767만3000건으로, 전월치인 791만건보다 23만7000건 줄어들었다. 이는 2021년 1월 이후 최저치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인 700만건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복귀한 것이다. 반면 7월 해고는 전월 156만건에서 176만2000건으로 늘어났다.
따라서 이번 구인·이직 보고서는 기업들의 구인은 줄어드는 동시에 해고는 늘어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노동시장의 냉각이 지표로 또 확인된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빅 컷’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강해졌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9월에 금리를 50bp 인하할 확률은 44%로 반영됐다. 전일 38%에 비해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한때 미국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더 밑돌면서 2022년 6월 이후 지속됐던 장·단기물 역전 현상이 해소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장기물은 국채를 장기간 보유한 것에 대한 프리미엄이 더해저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연준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면서 지난 2년간 장단기 역전 현상이 지속됐다.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달러인덱스는 4일(현지시간) 오후 7시 25분 기준 101.29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101 후반대에서 초반대로 내려온 것이다. 달러 약세로 인해 아시아 통화는 강세다. 달러·엔 환율은 143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10위안대로 내려왔다.
이날 달러 약세를 쫓아 환율은 하락 흐름이 예상된다. 하지만 글로벌 위험선호 위축으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환율 하락 폭이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이날 저녁 미국의 ADP 민간 고용 보고서와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발표되고, 다음날에는 시장의 관심이 가장 큰 미국의 8월 비농업 고용이 발표된다. 따라서 고용 결과를 확인하고 움직이려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환율의 큰 쏠림을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