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23일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자신하며 9월 금리 인하의 신호탄을 쐈다. 2년 전 같은 자리에서 물가 우려로 고강도 긴축을 선언한 것과는 180도 달라진 입장이다. 파월 의장이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열어 둔 가운데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는 노동시장 냉각 속도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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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지난 23일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왔다"고 밝혔다.
통화정책 전환 선언의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렸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크게 하락했다"며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 가능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커졌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시장 둔화 우려는 커졌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틀림없이(unmistakable) 둔화되고 있고, 노동시장 여건이 추가로 냉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의 목표는 강력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면서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을 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물가 안정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면 앞으로는 완전 고용에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9월 금리 인하 시그널을 분명히 보내면서도 빅컷 전망에 선을 긋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는 향후 들어 올 데이터, 변화하는 전망, 위험 균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같은 잭슨홀 미팅에서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가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언급한 것과는 온도 차를 보이는 지점이다.
이에 따라 Fed의 금리 인하 속도는 향후 노동시장 냉각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다음 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인 6일 미 노동부가 내놓을 8월 고용 보고서가 관건이다. 보고서에는 이달 실업률과 비농업 신규 고용 규모가 담긴다. 실업률은 지난 6월 4.1%에서 7월 4.3%로 급등했다. 시장에서 노동시장 급속 냉각 우려와 함께 경기 침체 공포감이 번졌던 만큼, 8월 실업률이 여기서 더 오를 경우 Fed의 빅컷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인 추세를 이어가며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Fed가 가장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오는 30일 발표된다. 7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5% 올라 전월(0.1%·2.5%)과 같거나 소폭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BNY멜론의 존 벨리스 외환·거시경제 전략가는 "9월 금리 인하폭이 25bp(1bp=0.01%포인트)가 될지, 50bp가 될지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최근 고용 보고서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다음 고용 보고서도 이런 추세를 이어간다면 50bp 인하가 그림에 들어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캐머런 크라이스 블룸버그 전략가는 "파월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것을, 그의 (Fed) 동료들보다 더 강력하게 말했다"며 "이 모든 것은 몇주 후 나올 고용 보고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