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은 1380원 초반대에서 지지력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 중 일본의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가장 먼저 나오는 만큼, 일본은행(BOJ)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강도에 따라 엔화가 변동성을 나타내며 이에 따라 환율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환율 쏠림은 제한될 것이다.
3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82.25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65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85.3원, 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0.4원 하락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는 1384.6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1385.3원)보다는 0.7원 내렸다. BOJ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회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원화의 제한적인 강세가 이어졌다.
이번 FOMC에선 기준금리 동결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9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위원들이 어느 정도 힌트를 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는 연준 인사 가운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매파’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를 대신해 금리 결정투표를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원래 굴스비 총재는 올해 투표권이 없다. 그러나 올해 투표권을 갖고 있던 메스터 총재가 지난달 은퇴하고 후임 베스 해먹이 8월 중 공식 업무를 시작함에 따라 대신 투표하게 됐다.
연준에 대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지속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이날 마감 무렵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100%로 반영했다. 12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25bp씩 3회 인하할 확률도 55.6% 수준을 유지했다.
달러화는 FOMC에 대한 관망세가 큰 가운데 엔화 강세에 밀려 약보합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30일(현지시간) 오후 7시 19분 기준 104.46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52엔대로, 엔화 강세가 두드러진다. BOJ는 이날 장중 발표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매달 6조엔 규모로 매입하고 있는 국채를 향후 1~2년 동안 2조~3조엔 안팎으로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금리인상이 동시에 이뤄질 것인지다. BOJ는 지난 3월 -0.1%였던 기준금리를 0∼0.1%로 인상해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났다. 시장에선 일본의 7월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국채 매입 축소와 금리 인상을 동시에 발표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서다.
다만 일본 정치권에서 ‘엔저’에 대한 우려로 인해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어 쉽게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유력 언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BOJ가 정책금리를 0.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잇달아 보도했다.
이날 엔화 강세에 따라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BOJ 결과 발표 후 엔화가 약세로 되돌림을 할 가능성도 있어, 발표에 따른 엔화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 또 간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들이 급락하며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 만큼,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매도세가 커지면서 환율 상승을 지지할 수도 있다.
다만 이날 장 마감 이후 우리나라 시간으로 1일 새벽 3시에 FOMC 결과가 발표되는 만큼,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며 환율 변동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