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은 1370원대로 레벨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높은 달러화에 대비해 엔화, 위안화 가치가 낮은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달러화 약세, 아시아 통화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도 하락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77.5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45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81.5원, 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1.55원 하락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는 1381.3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1381.5원)보다는 0.2원 내렸다. 이날 야간 거래에서 환율은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내며 한때 1376.1원까지 떨어졌다. 간밤 달러화 지수가 넉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리면서 글로벌 달러화 약세에 원화도 연동하는 모습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잇달아 발언하고 나섰다. 최근 금리 인하가 가까워졌다고 시사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고용시장이 점점 냉각되고 있고 지난 3개월간의 물가상승률 지표는 우리가 찾고 있는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긍정적인 신호들”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현재 미국 경기가 연착륙 과정에 있는 것 같다며 금리 인하가 타당해지는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진단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100%로 반영했다. 11월과 12월에 현재보다 50bp 이상 하락할 확률은 63.8%, 97.3%로 나타나며 연 2회 이상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금리 인하 기대가 지속되며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2.5bp(1bp=0.01%포인트) 내린 4.143%로 지난 3월 11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2.0bp 하락한 4.425%로 지난 2월 7일 이후 가장 낮았다.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달러인덱스는 17일(현지시간) 오후 7시 28분 기준 103.67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20일 이후 약 넉 달 만에 최저치다.
반면 아시아 통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155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26위안대로 급락했다. 특히 엔화 가치는 6월 초 이후 약 한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주요 외신은 일본은행(BOJ)이 지난주 목~금 이틀 동안 거의 6조엔 가량의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일본 당국은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교도통신은 일본 외환 당국이 얼마나 자주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약은 없다고 보도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통화 문제를 언급하며 아시아 통화 약세를 용인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도 엔화와 위안화 강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달러화 가치가 지나치게 높은데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가치는 매우 낮아 그 차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제조업체들은 우리(미국) 제품이 너무 비싸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이 현실화하면 달러화 약세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날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과 달러화 약세, 아시아 통화 강세를 따라 환율은 하락 압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압박 이슈가 성장주 위험선호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국내증시는 전날에 이어 외국인 자금 이탈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환율 하단이 지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