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엔비디아 등 그동안 시장을 이끌던 인공지능(AI) 관련주가 하락했지만 소형주부터 산업재 관련주 등 그간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분야들이 오르면서 전체 증시는 상승했다.
16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742.76포인트(+1.85%) 상승한 4만954.4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5.98포인트(+0.64%) 상승한 5667.2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6.77포인트(+0.20%) 오른 1만8509.34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그동안 전체 시장을 끌고 나가던 엔비디아와 알파벳이 각각 1.62%, 1.40%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했다. 금리 인하 전망 확산 이후 기존 대형 기술주에서 소형주, 산업주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산하는 이른바 ‘전환 거래(rotation trade)’ 추세에 따른 움직임이다. 소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는 이날도 3.5% 상승했으며 산업주의 풍향계로 꼽히는 캐터필러의 주가는 4% 이상 상승하며 다우 지수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나온 6월 미국 소매판매 데이터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달성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6월 소매판매 변동률은 전월 대비 0.0%로 보합을 기록해 -0.4%일 것으로 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전망치를 웃돌았다. 주유소와 차량 판매를 제외하면 지난달 0.8% 상승해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여전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자동차 딜러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해킹 공격으로 인해 판매에 차질이 빚어졌다. 주유소의 경우 기름값 하락으로 전체 판매액이 줄었다. 소매판매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고 판매 금액 기준으로 변동율을 산정하기 때문에 물가 변동이 그대로 지표에 반영되는 구조다.
레스토랑의 매출은 0.3% 상승했고 아마존 등 인터넷 상거래 업체의 판매액도 증가했다. CIBC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알리 제프리는 “미국 소비자들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수치”라며 “다만 임금 상승세가 줄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지출이 약화되는 추세는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최신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에서 “세계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울퉁불퉁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다만 미국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낙관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 정책금리 선물 시장에서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100%였다.
미국 국채 금리도 하락했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기준금리 변동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0.8bp(1bp=0.01%포인트) 하락한 4.445%에 거래됐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6.3bp 내린 4.168%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따라 트럼프 관련 종목이 관심을 받는 트럼프 트레이드도 계속됐다. 총기 업체인 스텀러거의 주가는 2.84% 상승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1.55% 상승했다. 다만 트럼프미디어앤테크놀로지그룹은 전날 31% 상승한 후 이날 9.09% 내렸다. 전날 장 마감후 3800만 주의 보통주 발행을 신청한 영향이다. 이는 기존 주식 가치를 희석시키는 요인이다.
가상자산은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2.01% 오른 6만48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는 1.5% 오른 3456달러다.
뉴욕유가는 하락했다. 주요 원유 수입국인 중국에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에 유가가 하방 압력을 받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15달러(1.40%) 하락한 배럴당 80.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12달러(1.32%) 하락한 배럴당 83.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