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중국 법인이 수백명의 현지 직원들에게 해외 근무지로의 이동 의사를 묻는 제안서를 발송해 화제가 됐다. 중국 펑파이신문 등 현지 언론과 샤오홍슈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최근 이 회사의 애저(Azure) 클라우드 플랫폼 인공지능(AI) 팀 직원 수백명이 관련 제안서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상지는 미국,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등이다. 비자 문제 등 근무지 이전에 따른 문제는 회사가 맡고, 직원들은 다음 달 7일까지 답변을 줘야 한다. 중국에 남는 선택을 해도 된다. 회사 측은 이번 제안서를 보낸 배경에 대해 직원들에게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는 AI 엔지니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 상황은 여러 해석을 낳았다. 특히 중국의 AI 개발 능력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인재 빼내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기술 기업의 중국 법인이라는 애매한 환경 속에서 MS는 과거와는 다르게 현지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AI 관련 상원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회사의 중국 AI 개발 투자 규모와 직원 가운데 공산당원 수를 밝히라는 요구를 받았다.
지난해 MS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그쳤다. 2021년엔 중국에서 직장인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 사업을 철수했고, 채용앱 ‘인케어’도 문을 닫았다. 구글과 달리 MS의 검색엔진 '빙(Bing)'은 중국 내에서 접속이 가능했지만, 최근 선보인 AI 검색은 중국에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MS 리서치 아시아에서는 중국 연구진이 GPT-4 베타와 핵심기술에 미리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동시에 양자 컴퓨팅, 안면인식 및 합성 기술에 대한 연구 작업에도 제한이 있다. 앞선 보도에 따르면 MS는 지난해 6월부터 AI 전문가 수십명을 중국 베이징에서 캐나다 밴쿠버 소재 연구소로 이동시키기 위한 비자 작업을 시작했다.
MS의 이번 제안과 관련해 관변 논객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자신의 SNS에 "MS가 기술을 (중국으로부터) 분리하려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AI 인재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이 발전을 위해 미국으로 가고 싶어한다. 중국도 선구적인 혁신에 참여할 기회를 더 많이 만들고,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MS의 이동 제안이 '위장 정리해고'라는 시각과 중국 시장 철수에 앞서 직원들의 엑시트(탈출)를 도우려는 전략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영어 런(Run)의 발음을 본떠 중국에서 사용되는, 이른바 '탈출(潤, 룬)' 기회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룬'은 통제와 검열이 엄격한 본토를 떠나 일하고 생활한다는 의미로 종종 쓰인다. MS 중국 직원들의 선택이 궁금해진다.